저는 보통 배우를 좋아하고 나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뽀개는 편이에요. 하지만 가끔은 반대로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들을 보다가 공통적으로 출연한 배우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좋여소의 서른한 번째 주인공, 임수정은 바로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배우였어요.

<김종욱 찾기>, <내 아내의 모든 것> 그리고 <싱글 인 서울>까지, 임수정 주연의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특히 <김종욱 찾기>는 제 인생 로맨스 코미디 영화 TOP5에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안 봐서 다른 친구들이 임수정에 열광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김종욱 찾기>를 통해  뒤늦게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답니다.

주사가 좀 있긴 하지만 털털하고 누구보다 일에 열정적인 뮤지컬 무대 감독인 <김종욱 찾기>의 지우, 싫은 것도 많고 불편한 것도 너무 많아 온종일 투덜대지만 요리, 그릇, 기욤 뮈소 등 사랑하는 것도 많은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정인, 연애에 서툴고 허술하지만 일할 때는 유능한 출판사 편집장 <싱글 인 서울>의 현진. 세 작품 속 인물 모두 완벽하지 않아서 현실적이고 그렇기에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어요. 또한, 셋 다 사랑과 인간관계에서 실수하고 실패해가며 성장하는 주체적인 인물들이라 좋았습니다.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인 배우는 선택하는 작품이 곧 그의 가치관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서툴렀던 과거의 자신을 인정하고 지나간 인연을 잘 마무리하는 <김종욱 찾기>와 <싱글 인 서울>, 당연하고 권태롭게 느껴졌던 인연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만드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아, 사랑과 인연에 대해 이런 가치관을 지니고 있구나!"하고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어요.

배우로서의 임수정뿐만 아니라 사람 임수정의 삶도 리스펙하고 싶어요. 건강상의 이유로 시작한 채식을 8년째 이어가며 환경과 동물복지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는데요. 유기 동물 보호 활동에 후원하고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에 참여하며 재능기부를 하는 모습에 또 한 번 “역시, 좋은 여자 사람”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저도 임수정처럼 자신의 가치관을 일과 삶에서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올해 유난히 여름이 길었는데 그래도 10월이 되니 공기에서부터 가을이 느껴져요. 마침 퐁당퐁당 연휴도 다가왔겠다, 선선한 가을밤에 임수정의 로맨스 코미디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보는 건 어떠신가요? 좋여소 구독자분들도 분명 저처럼 임수정의 캐릭터들을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 <김종욱 찾기>, <내 아내의 모든 것>, <싱글 인 서울> 모두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어요!

“이 배우의 인생작이 뭐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만장일치 수준으로 하나의 작품이 언급되는 배우가 있고, 답변하는 사람마다 다 다른 작품이 언급되는 배우가 있죠. 임수정 배우는 아마도 후자가 아닐까 싶어요. 200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시대를 가로지르며 히트작을 냈기 때문이죠.

먼저 2000년대 활동을 살펴보면, 우선 데뷔작부터 심상치 않아요. 당대 ‘스타등용문’처럼 여겨졌던 드라마 <학교 4>(2001)의 주연으로 시작했죠. 그 후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2002), <장화, 홍련>(2003), <···ing>(2003)  등 연이어 흥행작에 출연했어요. 서서히 이름을 알려가던 중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의 주연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전국에 ‘임수정신드롬’이 불었죠. (아마 당시 무지개 니트와 어그 부츠를 안 사본 여성 없을 겁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스크린에 집중하며 많은 영화에 참여했는데요. <새드무비>(2005), <각설탕>(2006),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행복>(2007)  등을 통해 대세 배우임을 입증했죠. <전우치>(2009)에서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과 레드립으로 강렬한 이미지 변신을 주며, 606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호평을 받았어요. 여기까지만 해도 히트작이 이렇게 넘쳐나는데, 아직 2010년은 시작도 안 했다는 게 놀랍네요...

2010년에는 <김종욱 찾기>(2010)를 통해 또 한 번 ‘임수정신드롬’을 일으키고, 그 후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은밀한 유혹>(2015), <시간이탈자>(2016)  등의 상업영화와 <더 테이블>(2017), <당신의 부탁>(2018) 등의 독립영화에 출연했어요. 작품 하나하나 소개하고 싶은데 필모그래피만 팔만대장경이라 지면이 모자라네요….

2020년부터는 드라마를 통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선보이며 매 작품마다 연기 변신 행보를 걸었어요. <시카고 타자기>(2017)에서는 독보적 몰입감을 선사하는 ‘전설’을,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에서는 모든 커리어우먼의 롤모델 ‘배타미’를, <멜랑꼴리아>(2021)에서는 요즘 사회에 필요한 어른 ‘지윤수’를 연기했죠. 최근까지도 영화 <거미집>(2023), <싱글 인 서울>(2023)을 통해 관객과 만나며,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 ‘리즈 시절’을 쭉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중, 여러분이 꼽은 임수정 배우의 ‘인생작’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