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번째 (여자) 사람 : 소설가 한강

2024. 11. 1.

잘 안보이시나요?

ⓒ전예슬

VOL.32

소설가 한강

By.몽미꾸

2024년 10월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습니다. (저도 그중에 한 명이었어요 🤩) 최근 기운 쪽 빠지게 하는 이슈들만 넘쳐났는데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라 더 그랬는지도 몰라요. 많은 사람들이 한강 작가의 책을 사려고 서점에 줄을 길게 서기도 했는데요. 숏폼에 잠식되고 물건 하나도 새벽 배송으로 받아보는 이 시대에 종이책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는 것이 감명 깊게 느껴졌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어떤 분야이든 ‘최초’의 타이틀은 암묵적으로 남성의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여자들은 여기까지만 갈 수 있어. 이 정도면 충분해. 하고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있던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한강 작가의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은 그 선을 지우고 많은 여성들이 더 큰 목표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성취는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다는 걸 몸소 느꼈어요.

저는 한강 작가의 대표작 중 <소년이 온다>를 읽었는데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여러 인물들의 시점에서 바라본 그날의 광주를 담은 작품입니다. 그중 전남도청을 지키던 16살 소년 ‘동호’가 가장 마음에 남았어요. 중학교 3학년이지만 “너 1학년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작고 앳된 얼굴이라 더욱더 그랬던 것 같아요.

군대가 들어온단다. 지금 집에 가자이.

억센 엄마의 손가락을 마침내 다 떼어냈다.

너는 날쌔게 강당 안으로 도망친다.

뒤따라 들어오려는 엄마를, 집으로

관을 옮겨가려는 유족들의 행렬이 가로막는다.

여섯시에 여기 문 닫는대요. 엄마.

행렬 사이로 너와 눈을 맞추려고

엄마가 깨금발을 디딘다.

우는 아이처럼 힘껏 찡그린

그녀의 이마를 향해 너는 목소리를 높인다.

문 닫으면 나도 들어갈라고요.

엄마의 얼굴이 그제야 퍼진다.

꼭 그래라이. 그녀가 말한다.

해 지기 전에 와라이. 다 같이 저녁밥 묵게.

⁃ 한강 <소년이 온다> 42-43p 중

엄마와의 약속대로 해지기 전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었을 동호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이런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은 자들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그대로 들고 이듬해 광주로 향했습니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레트로풍의 택시를 타고 5.18사적지를 투어하는 518 택시운전사 투어도 하고 전일빌딩 245와 518민주화운동 기록관도 갔어요. 518 택시운전사 투어를 진행하셨던 기사님은 중학생 때 옛 전남도청 근처에 사셨다며 그 당시 상황들을 말씀해 주시기도 했어요. <소년이 온다> 속 광주의 모습들이 필름처럼 차르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더 이상 1980년 5월의 광주가 먼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제주 4.3사건 같은 그냥 흘려보내선 안되는 비극적인 역사들을 작품으로 다룬 한강 작가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자세히 알아보고 기억해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게 되었거든요. 혹시 아직 <소년이 온다>를 읽지 않으셨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아주 멋진 수건을 선물받았답니다. (자랑 맞아요 🤩) 그리고 <채식주의자>,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도 구입했어요. 독서의 계절 가을을 한강 작가의 작품들과 함께하려고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 . 💗

By.윻

일단 박수 한 번 치고 시작하겠습니다. (짝짝짝) 살면서 볼 줄 몰랐던 경사에 아직도 가슴이 뜁니다.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온갖 기사가 쏟아져 나왔는데요. 당연히 의미있는 기사도 있었지만, 이때다 싶은 마음으로 클릭수 장사에 눈이 먼 기사들도 적지 않았는데요. 원래의 피처라면 작가님의 지난 활동들을 되짚었겠지만, 이번에는 한강 작가에 대해 잘 몰랐고, 작가의 작품 세계는 더 몰랐던 분들을 위해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될 기사들을 추천해드리고자 합니다. 각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는 링크로 연결되니 참고해주세요!

1. “고단한 날, 한 문단이라도 읽고 잠들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다 쓰고 나서

첫 장편소설인 ‘검은 사슴’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소설의 사이를 이루는 20여 년 동안

저는 자연인으로서 무척 많이 변했고

소설들도 마찬가지인데,

어떤 점은 변하지 않았고 그것이 저 자신의 핵심에 속하는

무엇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기사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 이전에 진행된 인터뷰인데요. 수상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이제까지 작가의 작품세계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왔고, 또 뻗어나가게 될 지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 추가 질의서를 보내고, 받은 것이 불과 수상 확정 10시간 전(!)이라는 극적인 스토리가 있는 기사이기도 합니다.

2. 한강은 소설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신샛별은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망각의 회복력에 의존하지 않고,

삶의 갱신을 요청받는 바로 그 순간

정직하게 멈춰선” 영혜를 통해

식물적 주체성을 읽어낸다.

신샛별은 “이런 관점에서 <소년이 온다>는

돌출적인 작품이 아니라 <채식주의자>로부터

10년 동안 숙성된, 그야말로 ‘식물형 소설’에

가깝지 않은가”라고 쓴다.

앞선 기사가 작가에게 직접 듣는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기사는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애쓴 ‘독자’의 이야기입니다. 문학 연구가들은 작가의 작품을 읽고 해석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작가의 작품이 한국 문학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끊임없이 이야기하는데요. 한강 작가 ‘덕후’들에게 듣는 고급진 한강 영업기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번역가들이 말하는 한강의 세계

한강의 소설을 번역한 최경란(61·프랑스어)과

사이토 마리코(64·일본어), 윤선미(59·스페인어)를

전화 통화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한강과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여성 번역가로서

그의 작품에 깊게 감응한 이들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놀랍지만 마땅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작가 다음으로 주목을 받은 이들을 꼽으라면 아마, 작가의 작품을 번역한 번역가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다른 언어 앞에서도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던지는 한강 작가와 작품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추천한 기사들 외에도 더 많은 기사가 있지만 지면 관계상 모두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이 기사들이 독자 여러분에게 한강 작가와 작가의 작품이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마음 깊이 바랍니다.

By.또

10월 한달은 노벨문학상 소식으로 나라가 들썩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독서율이 저조한 이 나라에서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졌으니까요! 각종 콘텐츠가 쏟아져 나와 아마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그럼에도 저희가 이번 호 주인공을 한강 작가님으로 정한 건, 10월 한달 동안에만 축하하고 끝내기엔 너무 아쉬운 경사이기 때문이에요!

축하하고 기뻐하는 반응 중 ‘내가 이룬 성과도 아닌데 벅차고 기분이 좋다. 나도 뭔가 해나가야겠다는 힘이 생긴다’는 반응이 유독 눈에 들어왔어요. 다른 여성의 성취만으로도 이렇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는 게 신기했어요. 긍정적인 영향력이 넘실넘실 사람과 사람 사이로 흐르는 게 눈에 보이는 기분이었죠.

특히나 한강 작가의 소설은 제주 4·3 사건, 5·18 광주민주화운동, 가부장제 사회 속 여성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어서 더 뜻깊은 것 같아요. 대체로 우리나라 기득권층이 외면하고자 하는 주제인데, 한강 작가의 소설 덕분에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으니까요. 이러한 소재로 글을 써도, 아니, 이러한 소재로 글을 썼기 ‘때문에’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과 같다.”

- '몇 개의 이야기 12' 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이 이야기들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슬픔을 헤쳐 왔을지, 그 물기가 다 말라 단단해질 때까지 또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냈을지 감히 예상조차 되지 않아요. 민족의 슬픔이 담긴 역사적 사건이 아니더라도, 저마다의 마음 속에는 차마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일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으며, 그러한 개인의 슬픔에도 한발짝 다가가고 살며시 어루만져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구독자 선생님들이 어디서 어떤 일을 하건, 이번 수상 소식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와 힘찬 동기부여를 얻으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좋은 (여자)사람으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