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노동자이자 

메일링 서비스 '일간 이슬아' 발행인이며 

헤엄 출판사 대표.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소속

아티스트이며 비건 지향의 삶을 사는 

생활운동인.

지난 해 첫 장편소설

<가녀장의 시대>에 이어, 

올해 2월 다양한 얼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칼럼집 <날씨와 얼굴>을 출간했다.

누군가 노력한 시간을 고스란히 눈으로 본 적 있나요? 장장 568쪽에 달하는 이슬아의 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이 손에 들어왔을 때 처음 목격했어요. 이 책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한편씩 수필을 써 메일로 보낸 뉴스레터 '일간 이슬아'의 시작 후, 반년 가량의 연재분을 모아 출간한 책입니다. 2018년 3월부터 8월까지에 걸쳐 매일매일 노력한 타인의 시간이 압축되어 통째로 손에 들어왔을 때의 당혹감과 경이로움이 아직도 생생해요. 이미 지나간지 오래인 이슬아의 그날 그때를 하루하루 뒤쫓아가는 기분으로, 자기 전에 한편씩 꺼내읽었죠.

늘 '쓰는 사람'을 꿈꿔온 저에겐 너무나 부러우면서도 감히 엄두조차 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일간은 커녕 월간으로 보내는 이 뉴스레터마저 버거워하기에…) 얼마만큼의 연재 분량을 확보해두고 시작했던 걸까, 어떻게 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유지했을까 궁금했는데, 더 대단한 건 마감 1시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바로 발송해버린다는 거였죠.

MBC 예능 <아무튼 출근>에 출연한 방송분을 우연히 보았는데, 오전엔 1인 출판사 대표로서 데스크 업무를 처리하고, 오후엔 어린이 글방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더군요. 저녁엔 집안일을 한 뒤 운동을 하고 나서야 밤 10시부터 마감 모드에 돌입하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7년차 프리랜서이기에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건강한 작업을 해야 오래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이 일에 대한 책임감과 프라이드가 느껴지기도 했고요.

"매일 쓰는 사람이 되는 게

장래희망 중 하나였는데요.

절대 못 할 것만 같았으나

구독료를 보내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얼떨결에 성공해버렸습니다. (...)

날마다 노트북 앞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오랫동안 쓰고 싶습니다."

- 2018.03.10 첫달 연재를 마치며 中

이 대단한 일을 멋지게 해내고서, 이슬아는 '얼떨결에 성공'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5년동안 꾸준히 연재*를 이어나갔죠. 저에게 '꾸준히 쓰는 일'은, 늘 마음에 품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숙원사업 같은 존재인데요. 오히려 좋아하는 일마저 꾸준히 하지 못하고 포기해버릴까봐 두려운 마음이 더 커서 선뜻 시도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고, 이슬아의 글을 읽으며 느꼈어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오랫동안 쓰겠다는 이슬아를 보며 저도 다시금 N회차 다짐을 해봅니다. 동시에, 두렵지만 꾸준히 해나가고 계신 구독자분들 각자의 시간을 응원할게요!

* '일간 이슬아'는 현재 휴간 중이며, 연재소식은 이슬아 인스타그램 @sullalee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