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아이돌 팬덤은 여성이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서인지 ‘빠순이’, ‘오빠부대’라는 조롱과 비하 섞인 단어들로 불려왔어요. K-POP의 인기가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색안경을 낀 시선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중 명함은 가지지 못했지만 금손을 가진 팬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요. 이들이 만들어내는 고퀄리티의 콘텐츠를 보고 매번 감탄을 금치 못하는데요. 이들은 소속사 직원도, 아이돌 멤버의 가족, 친구도 아닙니다. 금전적 대가를 받는 건 더더욱 아니고요. 그저 사랑으로 움직일 뿐 . . 💗

하지만 생일 카페 열면 그 멤버가 오는 거야?라는 오타쿠를 향한 일반인의 순박하고 잔혹한 질문부터, 그런다고 걔네가 알아주냐, 그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해라...더보기 같은 말들로 평가절하되는 게 속상했어요 🤨

아이돌의 인기는 아이돌과 소속사의 능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아요. 덕질도 하나의 놀이 같아서 팬덤 내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 최애의 사랑스러움을 널리 알려서 즐겁고 재밌게 덕질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이 금손들이에요. 그리고 이들이 만든 콘텐츠로 새로운 팬이 유입되기도 합니다. 입덕직캠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요?

사랑하는 마음은 그 대상에게 닿게 되어있습니다. 여러분의 최애가 지친 하루를 끝내고 들여다본 직캠, 팬아트, 덕질 브이로그들은 그에게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되어줄 거예요. 마음이 지친 날, '누군가 나를 이렇게 응원하고 사랑해주는구나'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각자만의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누군가의 팬들을 리스펙 합니다 ❤️‍🔥 

그런 날이 있어
갑자기 혼자인 것만 같은 날
어딜 가도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고
고갠 떨궈지는 날
그럴 때마다 내게
얼마나 내가 소중한지
말해주는 너의 그 한마디에
Everything's alright
초라한 Nobody에서 다시 Somebody
특별한 나로 변해
You make me feel special
세상이 아무리 날 주저앉혀도
아프고 아픈 말들이 날 찔러도
네가 있어 난 다시 웃어
That's what you do
Again I feel special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같다가도
사라져도 모를 사람 같다가도
날 부르는 네 목소리에
I feel loved, I feel so special

팬들을 향한 마음을 담은 곡인

트와이스 - Feel Special 가사 中

하물며 지금도 그런데, 6~7년 전에는 더욱이 자연스러운 리액션이 나오기 힘들었죠. 당시 제 주변 친구들은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너도나도 취업 준비 중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사무직 직장인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죠. 다른 직업이나 다른 길 같은 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때 주변에서 유일하게 취업을 하지 않은 친구가 한 명 있었어요. 친구들은 막연히 ‘어떤 시험을 준비 중인데 말하기 불편해서 얘기를 안 하나보다.’ 하고 말았죠. 그런데 한 해, 두 해가 넘어가도록 취업 소식이 없으니 함께 다니던 친구들이 근황을 묻는 걸 조심스러워했어요. “어떤 시험 준비하냐, 공부는 할 만 하냐” 등의 소리를 했다가 괜히 스트레스나 더 주는 게 아닌가 싶어 잠자코 있었던 거죠.

그렇게 3년이 지났을 때, 그 친구가 이야기하더라고요. 부모님이 하시는 가게를 물려받아 함께 운영 중이라고요. 그 친구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는데, 아무도 근황을 묻지 않아 몰랐던 거죠. 머리 속에서 새로운 문이 열리는 감각이 들면서, 매우 좁고 전형적인 창으로만 세상을 바라봤던 게 부끄러워지더라고요.

명함만 없다 뿐이지,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을 하며 살아온 6070 '큰 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를 읽으며 비슷한 감각을 느꼈어요.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새삼스레 주변의 모든 여성들이 각자의 일을 해내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와닿더라고요. '시장 이모', '미화 여사님', '시골 할머니', '가정 주부' 등 범주화된 하나의 무리가 아니라, 일하는 여성 개개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제 친구처럼 회사원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한 젊은 여성들 역시 쉽게 범주화 되곤 합니다. 개개인의 선택과 노동의 가치는 가려진 채, 여성의 일은 늘 대충 뭉뚱 그려져 표현되죠. 여성의 날을 맞아, 각자의 일을 일궈내고 있는 훗날의 '큰 언니'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혹시, 빅토리 노트라는 책을 알아? 그 책은 김하나 작가 어머니가 그가 태어난 날부터 다섯 살 생일까지 생의 첫 5년을 기록한 육아일기를 가지고 만든 책이야. 혜경 씨 알지? 나도 나만의 빅토리 노트가 있잖아. 책장에서 처음 발견하고, 몰래 훔쳐보다가 나중 에야 사실은 그걸 읽었다고 고백했을 때 혜경 씨가 금시초문이란 반응을 해서 어찌나 허무했던지.

하지만 그래도 좋았어. 그 책은 두께는 얇아도 거기 적힌 사랑만큼은 그 어떤 책보다 두꺼웠거든. 무엇보다 너무 재밌어서 똑같은 걸 보고 또 봤던 것 같아. 혜경 씨는 글을 참 잘 쓰잖아.

혜경 씨 그거 알아? 학창 시절 내내 내 주변에서 글짓기 대회에 나가고, 또 상을 타는 엄마를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는 걸 말이야. 어쩐지 쑥스러워 혜경 씨에게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그건 나의 큰 자랑거리 중 하나였어. 모녀가 함께 백일장에 나간 경험을 한 사람은 아직까지도 못 봤는걸. 그런데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이 대단한 사실을 잊고 살고 있었더라. 나는 아직도 내 주변에서 가장 재주가 많은 사람을 꼽으라면 첫 번째로 혜경 씨를 꼽아. 요리는 물론이고, 그림, 뜨개질, 가드닝 못하는 게 없는 사람이 그 바쁜 와중에 유가공사 자격증까지 따 요거트와 치즈를 팔았었잖아.

혜경 씨, 혹시 그렇게 빛나는 재능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어? 그 긴 세월 우리를 기르고, 농사를 짓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간병하는 동안 말이야. 언젠가 엄마는 꿈이 뭐였나는 나의 질문에 공부를 아주 많이 하고 싶었고,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고 했지. 학비를 모으느라 새벽에 신문 배달과 우유 배달을 하면서도 힘든 줄 모를만큼 공부가 하고싶었던 소녀. 아마 혜경 씨는 무척 좋은 선생님이 됐을 거야. 내가 가진 좋은 것들은 모두 혜경 씨로부터 배운 거니까.

명함이 갖고 싶었던 적 없냐는 말에 필요도, 딱히 가지고 싶단 생각도 해 본 적 없다고 했지. 하지만 나는 작은 명함으로는 혜경 씨가 한 일을 모두 담아낼 수 없어서 만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언제나 대단했고, 여전히 대단한 나의 롤 모델 혜경 씨. 혜경 씨의 일상이 자주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글 줄일게. 우리 다음에 만나면 이 책을 함께 읽자. 분명 엄마도 좋아할거야.

"우리가 만난 여성들은

명함이 없다고 했다.

일을 쉰 적은 없다.

사회가 그들의 노동을

'일'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6070 여성들의 노동사를 기록한 책.

여성들의 노동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가려져 왔기 때문에 이들에게 걸맞는

멋진 명함을 선사한다.

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통계 데이터가

여성의 노동이 저평가된 구조적 맥락을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