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친구들이랑 초등학교 때 얘기를 하다 보면 열에 여덟은 따돌림당한 경험이 있더라고요. (저 포함) 심지어 시기도 비슷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에서 6학년까지. 아니, 3학년 때까지는 잘 놀아놓고 무슨 어둠의 마법에 들 걸리는 건지,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라 그런 건지…. 🤦🏻‍♀️ 주동자 한 명을 주축으로 타깃을 바꿔가면서 따돌리는 식이었는데요.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무리에서 소외를 시킨다든지, 뒷담은 물론이고 면전에서 은근슬쩍 욕을 하는 등, "네가 이래도 우리한테 붙어있을 거야?"하고 심리적으로 괴롭히곤 했어요.

그래서 누군가 저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입시할 때도, 밤새 야작하고 야근할 때도 아닌 돌려 돌려 돌림판처럼 랜덤으로 타깃이 되어 따돌리고 따돌림당했던 초등학교 6학년 때라고 말하고 싶네요 😞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을 봤을 때 다시 그 시절 교실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조금만 자기 눈에 거슬려도 따돌림을 주도하는 아이, 눈치 보고 주눅 드는 아이, 자기도 같이 따돌림당할까 봐 두려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이좋게 놀던 친구를 외면하는 아이. 친했을 때 공유했던 비밀들이 서로의 약점이 되어 까발리고 까발려졌을 때의 기분과 그 교실의 답답한 공기. 어른의 입장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이라 더 생생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유년 시절을 마냥 행복하게 보내기는 어렵고 결핍과 시련은 성장의 필수조건이라고 하지만, 따돌림 같은 건 절대 겪지 않아도 될, 겪지 않아야 하는 경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따금씩 소외됐었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소외감을 겪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요.

그럼 언제 놀아? 연우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우가 때리고...

나 그냥 놀고 싶은데!

그 정답은 또 <우리들>에 있었습니다. 한 대 맞았다고 나도 또 한 대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보다 먼저 손 내미는 것. 쉽지 않겠지만 돌아가면서 따돌리는 그 최악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따돌림 주도자가 나오지 않아야 하는 거겠죠)

<우리들>은 유년 시절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내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켜 치유받을 수 있었던 성장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유년 시절 저와 같은 경험이 있는 구독자님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