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경림의 필모그래피를 그린다면, 만능 엔터테이너로 방송가를 종횡무진했던 1막과 전문 MC로서 굵은 뼈대를 쌓아 올린 2막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2000년에 안 보는 사람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트콤 <뉴 논스톱>에 출연하여 큰 인기를 얻습니다. 이후 <남과 여> 같은 드라마는 물론이고, <애정만세>, <일요일 일요일 밤에>, <느낌표> 등 당대 최고 예능마다 출연하며 연예계를 휩쓸었죠. 2001년에는 23살이라는 나이로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최연소로 연예대상을 거머쥡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죠. 이후 2002년에는 개그맨 박수홍과 함께 음반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착각의 늪>이라는 노래로 가수 활동도 하는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했어요.

이렇듯 소위 '잘 나가던' 박경림은 2003년, 돌연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됩니다. 2년간의 유학 후 돌아와 <심심타파>, <X맨> 등 활발히 방송 활동을 이어가다 2007년 결혼과 출산으로 또 한 번 쉬어 가는 시간을 갖게 되죠. 이후 TV에서는 볼 기회가 적어져 대중들은 그가 오랜 시간 휴식기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사실 이때부터 박경림의 2막은 시작됐습니다. 바로 '영화 전문 MC'라는 커리어의 문이 열리게 되죠.

<바비> 제작발표회에서는 핑크 셋업 수트를, <밀수> 제작발표회에서는 복고풍 블라우스와 나팔바지를 입는 등 매번 진행을 볼때마다 영화와 찰떡같이 어울리는 의상을 입고 나와 화제가 되었는데요. 사전 조사가 철저해 보이는 질문과 안정적인 진행, 그리고 배우와 감독의 팬들마저 처음 보는 모습을 이끌어낼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센스까지. 그의 능력치가 빛을 발해 현재는 개봉하는 영화마다 박경림을 거쳐간다고 표현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활약하고 있죠.

사실 박경림은 줄곧 만능 엔터테이너였습니다. 출산 후 두 달 만에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DJ로 활동하고, 그 후년에는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에도 출연했죠. 2014년부터 꾸준히 여성들을 위한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단순히 TV 활동이 적다는 이유 만으로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는 대중들에게 박경림은 "아직 제 전성기는 오지 않았어요."*라고 웃으며 말합니다. 이런 당당함과 유쾌함이 박경림의 3막, 4막, 그리고 그 이후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죠!

* TV리포트 인터뷰(2017) 발췌